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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독백 2010/11/25 16:28 by 은규

호주에서 여행은 인간적으로 성장을 한 계기다. 그 전에 부모가 그리고 사회가 조성한 포장을 내 주제로 알고 설쳤다면, 여행 이후의 나는 비로소 나에 걸맞는 모습을 찾고 홀로 설 수 있는 인간이 된다.

고대, 삼성, 안철수연구소, 알맹이 하나 없는 껍데기만 화려한 과정을 거치며 나는 거만해진다. 나란 인간을 보여주기에 앞서 이 타이틀을 들이밀며, 편견을 조장하고, 환상 속에서 소통하고 즐겼다.속은 비었기에 보여줄 건 포장 밖에 없다.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하면서 어느 대학 나왔냐는 질문이 나오기를 은근히 기다렸고, 직장이 어디냐는 질문에 답하고 나면, 환하게 변하는 상대방의 표정, 말투를 보며 우쭐하곤 했다. 그럼 그렇지. 나는 인간되기 글러먹은 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호주는 달랐다. 아무도 어디 대학을 나왔냐고 묻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주위 배경과 환상이 모두 사라진다. 이들이 보는 시각은 국내 시각과 다르다. 나는 그저 한 개체로서 존재할 뿐이다. 내 배경은 아무리 설명해봐야, 저 멀리 어느 이름 모를 마을의 미미한 사건으로 인식된다. 이런 인식 속에서 내 껍데기는 허물어지고, 준비되지 않은 자아는 발가벗은 채로 군중을 향해 걷는, 창피하고 미성숙한 존재로 인식된다.

창피함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누군가 비난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 속에서 미리 방어하는 자세야 말로 내 모습이다. 주변의 평가가 들어오기에 앞서 교과서에서나 봐왔을 태도와 자세를 보이며, 정석의 자세로 나를 방어한다. 이런 마음가짐은 존재감을 지운다. 나는 존재 할 수 없으며, 나에 대한 표현은 아주 통상적인 모습 중 하나로 정의된다.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으면, 오직 주변의 평가가 나를 정의한다. 그렇기에 비난은 내 존재를 해치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리곤 창피해한다.

존재감 없음은 나를 돌이켜 봄에 있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나는 누구인가? 아무것도 답할 수 없으며, 몇 마디 나온 답이야 말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또다른 상투적인 문장에 불과하다. 단지, 내가 나이다 라는 인식의 유무만이 답이 될 수 있다.

홀로서기가 무한 유예되고, 이미 상식이 된 한국 문화. 어쩌면, 홀로서는 것은 무모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남들 만큼만, 남들 보다 더... 라는 방정식에 충실하면, 꼼꼼히 짜여진 인생 계획표가 자동으로 뽑아지는 편리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생의 시간축을 일렬로 늘어놓고 나를 본다. 혼신을 다한 흉내내기에 그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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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간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고싶어...

    2011/03/10 20:43
  2. 김승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내 가슴이 울렁이는걸. 흉내내지 않고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듯 해.

    2011/10/1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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